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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매일 방송되는 드라마나 영화부터 크고 작은 축제, 심지어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쟁터까지,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음악이 있다. 음악은 호수와 같이 고요했던 마음을 순식간에 태풍 속으로 내몰 수 있는, 반대로 일시에 잔잔하게 진정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음악 역시 인간이 만든 무형의 도구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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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초기 도구들 중에 놀랍게도 ‘향정신성도구向精神性道具’가 있다. 의약품이나 마약류가 아니라, 도구를 사용해서도 정신을 혼미하게 할 수 있다. 고도의 지적 존재로 자부하는 인간의 내면을 이리저리 조종할 수 있는 도구는 다름 아닌 ‘음악’이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한 극적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메달을 받는 내내 생글생글 웃던 ‘강철 멘탈’ 김연아 선수였지만, 애국가가 연주되기 시작하자 꾹꾹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날 TV를 본 많은 국민이 함께 울컥하였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힘에 사로잡힌 것이다. 매일 방송되는 드라마나 영화부터 크고 작은 축제, 심지어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쟁터까지,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음악이 있다. 음악은 호수와 같이 고요했던 마음을 순식간에 태풍 속으로 내몰 수 있고, 반대로 일시에 잔잔하게 진정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음악 역시 인간이 만든 무형의 도구들 중 하나이다. 이번 글에서는 수만 년 전 원시인류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인류사에 등장한 가장 단순한 악기는 호루라기whistle라고 불리는 작은 뼈이다. 순록 발가락뼈에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구멍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삐익’ 하고 소리를 낸다. 이런 호루라기가 3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유적에서 꽤 많이 발굴되어 있다. 하지만 호루라기가 악기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나뿐인 구멍이 육식 동물의 이빨에 의해 뚫린 것일 수도 있고, 뼈의 약한 부분에 자연적으로 구멍이 생긴 것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또 극지방 이누이트족의 일부는 사슴 발가락뼈에 여성을 상징하는 치장을 해서 임신 소망 부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호루라기가 악기인지 아닌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인이 빈 병을 불어서 나팔 소리를 내고, 풀잎 하나로 멋진 가락을 뽑아내는 모습을 떠올릴 때, 구멍 뚫린 뼈가 설사 악기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불어서 소리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피리는 확실히 악기이다. 심지어 호루라기보다 더 오래된 것들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 ‘네안데르탈인의 피리’가 있다. 1995년에 지중해 연안 슬로베니아Slovenia 디브예 바베Divje babe 동굴의 네안데르탈인 문화층에서 뼈 피리 한 점이 발굴되었다. 새끼 동굴곰의 다리뼈로 만들었는데, 잔존 길이 11.4센티미터이고 두 개의 구멍이 남아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뼈의 양 끝부분에도 구멍의 흔적이 보인다. 만일 이것이 피리가 맞는다면 약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도 악기를 연주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 견해가 쏟아졌다. 예컨대, 구멍을 석기로 뚫었을 때 생기는 주변 손상흔이 없고, 구멍 외에 다른 가공 흔적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늑대나 하이에나 같은 육식 동물도 그와 같은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양쪽 끝에 있는 흔적을 구멍으로 보기 어렵다 반론도 제기되었다.

그림1. 디브예 바베 동굴 피리.jpg

[그림 1. 디브예 바베 동굴 피리]

반대쪽에서는 뼈 펀치로 구멍을 뚫었다면 손상흔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구멍을 만들 수 있으며, 구멍 외에는 육식 동물의 이빨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든 도구라고 주장했다. 만약 특히 늑대나 하이에나 같은 동물의 이빨 흔적이라면 지름이 0.3∼0.5센티미터 크기여야 하는데, 뼈 피리 구멍의 지름은 0.7∼0.8센티미터라는 사실이 ‘악기 긍정론’을 뒷받침했다. 긍정론자들은 뼈 피리를 복원해서 연주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https://www.youtube.com/shorts/f79jXJR1Qw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