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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 넙치와 우럭_개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넙치와 우럭을 바라볼 수 있을까

<aside> 💡 물 밖으로 내어져 숨을 멈춰야 하는 순간을 몇 번 지나면, 넙치와 우럭은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대로 수조 속 횟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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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광어, Paralichthys olivaceus)와 우럭(조피볼락, Sebastes schlegelii)은 도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물고기다. 굳이 마음먹고 만나려 하지 않아도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러 가는 동안에 한 번 정도는 횟집 수조 아래 가라앉은 그들의 허옇게 부르튼 눈을 마주한다. 새파란 테두리를 두른 유리 수조는 마치 땀을 흘리듯 물방울을 묻힌 채 거무죽죽한 그 횟감들을 가득 품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물을 귀여워하는데, 넙치와 우럭은 웬만한 개나 고양이보다 작은데도 귀여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매끈하고 얼룩덜룩한 그들의 피부에 수조 속 물이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는지, 그래서 혹시 춥지는 않은지 걱정을 사는 일도 없다. 도시인의 눈에 넙치와 우럭은 싱싱하거나 싱싱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넙치와 우럭은 모두 척추동물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동물보호법에서는 척추동물을 동물보호나 복지의 대상으로 여긴다. 신경 체계가 서로 비슷해서 우리가 통증이나 고통이라 부르는 경험이 그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양서류, 파충류, 어류는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밑도 끝도 없이 식용이라서 보호하지 말자니 과학적이지도 않고, 똑같이 식용을 목적으로 기르는 포유류나 조류와 비교했을 때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 나라는 넙치와 우럭으로 태어난 동물이 어떤 학대를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정한다.

활어 횟집의 갑작스러운 등장

30년 전 즈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회를 먹는 장소는 늘 바닷가였다. 그래서 바닷가 동네로 놀러 가면 꼭 회를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 지금처럼 바닷가에서 기른 물고기를 산 채로 활어 수송차에 실어 도심의 횟집으로 운송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중이 살아 있는 넙치와 우럭을 수조에서 골라잡아 눈앞에서 회를 치고 손쉽게 먹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일이다. 1992년 5월 9일자 경향신문은 “최근 활어 맛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활어를 취급하는 인천 횟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활어를 즐기기 위해 서울, 경기 등에서 인천으로 연간 20만 명의 미식가들이 몰려든다”라고 보도했다. 1996년 10월 20일자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뜰채로 생선을 건져 회를 준비하면서 번호표를 주는데, 이를 갖고 생선 가게 뒤쪽으로 가면 10~15분 후 회 접시를 내준다”라며 활어회 파는 식당의 풍경을 그렸다. 신기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양식된 넙치와 우럭은 뜰채에 들려 컨테이너에 담기는 순간에야 평생을 자란 양식장에서 나올 수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양식된 활어 횟감용 물고기는 수조차에 실려 전국의 수산시장과 해산물 식당으로 운송된다. 이러한 양식 및 유통 관행은 1986년 넙치 양식의 성공과 함께 시작되어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과 외식 문화의 발달, 활어의 양식과 운송, 보관을 뒷받침하는 각종 제조업의 발달, 잦은 식중독 사고로 인한 신선한 수산물 수요에 힘입어 1990년대에 들어서야 양식 활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활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서 지금은 비중 있는 외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넙치와 우럭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