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시리즈의 두 번째 연재. 그 주인공은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정여울 작가님입니다. 문해력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정작 우리에게 어떤 문해력이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언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할 시간이 된 게 아닐까요. 격주로 발행하는 정여울 작가님의 새 연재 『끝내 이기는 말들』과 함께 생각해보아요. 연재 소개와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
<aside> 💡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는 사람. 힘없고 소외받는 사람 곁에 서려는 사람. 어두운 시대, 버릴 수 없는 희망의 잉크를 가득 머금은 글을 쉼 없이 쓴다. KBS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끝까지 쓰는 용기』 『공부할 권리』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헤세로 가는 길』 『빈센트 나의 빈센트』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마흔에 관하여』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월간 정여울』(전 12권) 『마음의 서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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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정여울
독한 말들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쓰라린 폐허만이 남는 걸까. 수많은 말들에 상처받지만, 아스팔트 도로 틈에 핀 민들레 한 송이처럼 아주 가끔 돋아나는 아름다운 말들에 치유되는 우리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가혹하게 마음을 할퀴는 충격적인 뉴스와 인터넷의 공격적인 댓글에 상처받지만, 아프고 괴로울 때마다 마치 24시간 CCTV를 달고 있는 듯 어디선가 내 고통을 날카롭게 감지하고 나를 토닥이는 좋은 사람의 말들에 위로받는 우리. 언어에 상처받고 언어에 위로받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무기는 바로 문해력이 아닐까. 나쁜 말들의 위력을 감지하고 그것을 솎아내는 것도 문해력이고, 그래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아름다운 말들의 향기로 마음을 중무장하는 비결도 문해력에서 나온다.
이 글은 나를 지켜온 문해력의 힘, 그리고 우리 모두를 지킬 문해력의 힘에 관한 에세이다. 활자를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뿐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읽는 문해력, 이미지와 동영상의 가치를 읽는 문해력, 시대의 분위기와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문해력이 필요한 시대다. 이 세상이라는 기호를 읽는 다채로운 문해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데, 오히려 대중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져 한국의 문해력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소식이 들려 안타깝다. 문해력을 IQ처럼 측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말귀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같은 말을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집중하기 어려워하고, 해독하기 어려워하며,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문해력은 집중력과도 관련이 있고, 감정 조절과도 관련이 있으며, 교육 수준은 물론 삶의 질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포괄적인 문해력’의 핵심이다. 이 글은 바로 우리 현대인에게 필요한 문해력 사전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문해력 훈련이 될 것이다.